영산재

법현 지음/운주사 펴냄/1만 4천원

영산재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됨으로서 한국의 불교의식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명실상부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그래서 인류가 보존하고 전승시켜야 할 세계적인 문화예술로 인정받았다.

사실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인 영산재는 자타공인 한국 불교문화의 정수이자 불교예술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영산재가 불교의 사상과 교리적 의미는 물론이고 종교적 상징성과 풍부한 예술성을 담고 있으면서, 전통 불교음악과 불교무용 대부분의 형태를 온전히 구현하는 불교의례이기 때문이다.

한편, 영산재는 불교의식의 하나이기 때문에, 일반 공연처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몸짓을 보고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는 그 깊은 맛을 느끼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영산재에 대한 기본 안내서로, 12단계(혹은 13단계)로 진행되는 영산재 전 과정을 다양한 사진과 간단한 해설을 통해 소개하는데, 저자는 대학에서 불교음악(무용)을 가르치는 학자이면서, 40년 이상 불교의례 현장에서 몸으로 체득하고 공연하는, 불교음악 및 불교무용의 전문 ‘꾼’이기도 하다.

영산재는 2,600여 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인도 영취산서 대중들에게 〈법화경〉을 설하시는 장엄한 광경을 재현한 것으로, 영산회상의 제불보살님께 공양을 올리는 의식이다. 이를 통해 살아 있는 대중에게는 불법의 가르침과 신앙심을 고취시켜 정각을 이루게 하고, 망자에게는 극락왕생을 발원한다.

악, 가, 무로 구성된 영산재는 범패소리와 함께 법고무, 나비무, 바라무, 타주무가 아름답게 펼쳐지며, 시련, 대령, 관욕, 조전점안, 신중작법, 괘불이운, 상단권공, 식당작법, 운수상단권공, 중단권공, 신중퇴공, 관음시식, 봉송 및 소대의식의 13절차가 진행된다.

부처님 가르침을 소리에 담은 불교음악 범패,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짓에 담은 불교무용 작법무, 다양한 종류의 기악(북, 징, 동발, 목탁 등) 등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 영산재이다.

영산재는 불교의식이지만, 한편으로 무대에서 공연되는 순간 문화예술이 된다. 따라서 대중이 즐기고 느끼고 공감하는 공연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불교의식으로서 교화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대중이 그 과정과 내용을 이해하고 참여한다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이 책은 영산재의 전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봄으로써, 영산재를 이해하는 길잡이의 역할을 한다. 불교의식은 일상적인 의식에서 진행되는 일반적인 의식과, 오랜 시간 체계적인 교육 및 습득 과정을 거친 범패승들에 의해 진행되는 전문적인 의식으로 구분되며, 당연히 영산재는 전문의식에 속한다. 이처럼 영산재는 대표적이고 전문적인 불교의식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한국인의 전통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음악, 무용, 연극, 문학이 함께하는 다채로운 공연예술로 진화해 왔다.

그 결과 불교도량을 벗어나,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공연으로 국내 무대는 물론이고 세계 문화예술계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성스러운 의식’이라는 극찬과 사랑을 받고 있다. 그야말로 “가장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임을 영산재가 실증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독자들, 그리고 영산재를 문화예술로 감상하거나 혹은 종교적 영감이나 깨침을 얻고자 하는 이들을 영산재의 세계로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