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미디어 -비천셰계를 노래하다-여기가 개달음의 세계 영산재 100년 불사 하는 법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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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주소 : http://www.pompae.or.kr/bbs/board.php?bo_table=notice&wr_id=2250작성자 : 불교음악연구소 작성일25-06-20 16:47 조회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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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희원
- 승인 2025.03.06 00:00

꽃비 내리는 하늘을 천인(天人) 비천이 천의(天衣)를 나부끼며 난다. 비천은 춤을 추거나 악기를 연주하며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다. 사찰의 석탑, 범종, 법당의 천장이나 벽화 등에 표현된 이러한 비천상을 보며, 우리는 천상세계, 즉 부처님의 깨달음 세계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비천은 유형의 불교 문화재에만 있지 않다.
춤과 소리라는 무형의 의식으로,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을 실천하는 스님들도 비천과 닮았다. 스님들은 춤과 소리로 우리 앞에 천상의 세계를 시청각적으로 구현해 놓는다.
이를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불교의식이 깨달음의 향연, 영산재다.

수행의 소리, 수행의 몸짓
영산재(靈山齋)는 수륙재, 생전예수재 등과 함께 불교의 3대 재의식 중 하나로 불교음악 범패와 불교무용 작법무, 그리고 기악으로 구성되는 불교의식이다. 범패(梵唄)는 불교의식에서 소리를 길게 뽑으며 독경하거나 게송을 읊는 것, 작법무(作法舞)는 재를 올릴 때 추는 춤을 말한다.
동국대 한국음악과 교수이자 영산재 이수자 법현 스님(김응기)은 1974년 서울 신촌 봉원사로 출가해 어장(漁丈) 송암 스님(1915~2000) 문하에서 범패와 작법무를 배웠다. 태고종 총본산인 봉원사는 영산재 이수자와 전수생을 길러오며 명맥을 이어 온 전승 도량으로, 매년 6월 6일 현충일에 영산재를 거행한다.
“부친께서 화성 용주사로 출가해 1940년대에 금강산 유점사에서 공부하셨어요. 유점사에서는 안거 때마다 범패와 바라춤, 나비춤 등을 가르쳤다고 해요. 아버지께서 춤과 소리를 잘하셨죠. 저도 자연스럽게 봉원사로 출가해 송암 스님과 범패 어장 스님들 밑에서 공부했어요. 당시 봉원사에는 인간문화재 선생님들이 다 계셨거든요. 그때 강원에서 기본 공부를 하고, 동안거 때는 아침 공양 전 20~30분 동안 소리를 항상 배웠어요. 저녁에는 한문과 경전을 배우면서 그렇게 소리와 인연이 된 거죠.”
석가모니 부처님이 인도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한 법회를 영산회상(靈山會相)이라 한다. 이 법회에서 부처님은 제석천, 자재천, 범천과 권속들, 보살들, 팔부중과 수백 천의 권속들과 수행자들에게 둘러싸여 설법했고, 대중들은 환희했다. 하늘에서 묘음(妙音)보살이 천동천녀(天童天女)를 거느리고 내려와 찬탄하며 꽃과 향, 춤과 음악으로 공양했다.
“영산재의 ‘영산’은 영산회상의 줄임말로 인도 영취산에서 부처님이 설법하시는 모습을 다시 재현하는 의식이에요. 영산회상 당시에 부처님께서 설법하니까 많은 제자가 여러 가지 공연을 올렸죠. 영산재에서는 삼일 낮과 밤 동안 음악이 무용과 함께 어우러져 의식으로 진행되는데, 여기에는 범패로 안채비소리·짓소리 등을 하고 작법무로 나비춤·바라춤·타주춤·법고춤을 선보이죠.”


영산재는 영산회상도를 이운해서 야외에 거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부처님의 설법을 듣기 위해 청해 모시는 봉청의식, 불보살·신중·영가에게 공양을 올리는 권공의식, 불보살·신중·영가를 돌려보내는 회향의식이 13단계 절차로 진행된다. 봉청의식에서 불보살·신중·영가를 모셔 오는 의식을 봉행하는데, 이때 태평소와 나발, 소라, 징, 북 등이 연주되고, 바라춤·나비춤을 춘다. 의식 내내 악(樂)·가(歌)·무(舞)가 한데 어울려 장엄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범패가 부처님께 올리는 음성 공양이라면, 작법무는 아름다운 춤사위로 공양 올리는 신업(身業) 공양이죠. 영산재에서 스님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염불로 찬탄하고(범패), 몸짓으로 표현하죠(작법무). 또 마음속 생각으로는 사람들과 내가 깨우침을 얻도록 하겠다고 되뇌요. 그러니까 몸(身)·입(口)·생각(意) 삼업(三業)으로 정성을 다해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이죠. 입으로는 염불, 몸은 춤을, 머리로는 부처를 생각하며 업장소멸을 통해서 적정삼매에 들어가고, 모두에게 깨우침을 주는 최상의 수행 방법인 거죠.”

춤과 음악이 깨달음의 길임을 『대수긴나라왕소문경(大樹緊那羅王所問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세존이시여, 저희 긴나라들은 꽃과 향에 취하고 노래와 춤에 취하며 환희로움에 취해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에게 법에 들어가는 문을 말씀하시어 저희들이 헛되이 취함을 떠나 보리의 도를 돕는 법을 닦아 익히게 하소서.”
- 『대수긴나라왕소문경』 3권 중에서

깨달음의 향연, 영산재와 비천
영산재에서 스님들이 범패와 작법무로 불보살께 공양을 올리는 것처럼, 탱화나 석탑, 불단 등에 표현된 비천도 악기를 연주하며 향과 꽃을 공양한다. 불상 위 법당 천장이나 탱화의 부처님 위를 살펴보면 비천이 있다.
“깨우침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은 걸어 다니지 않고 날아다닌다고 그래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천은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천인이에요. 우리 중생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깨달음의 세계에서는 수승하게 그것이 다 보인다고 해요. 우리가 사는 이 지구에도, 지금 공중에 비천이 날아다니고 있을지 몰라요. 우리가 사는 이곳이 곧 천상의 하늘나라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어리석고 깨우치지 못했기 때문에 그걸 못 보고 못 느끼는 것뿐이죠.
사찰은 그 안이 곧 극락세계, 깨달음의 세계, 화엄장엄세계라고 해요. 그래서 법당의 탱화를 보면 부처님 위로 비천이 비파를 연주하거나 소라나 나발을 불면서 여러 가지 춤을 추고 있어요. 3D 안경을 쓰면 무언가가 보이듯, 깨달음의 세계에서는 다 보이기 때문에 비천을 법당 안에 장식해 놓은 거죠. 그러니까 내가 깨닫는다면, 다른 이들도 환희의 세계를 볼 수 있도록 깨우치게 할 수 있죠.”
범패와 작법무를 비롯해 기악과 꽃 장엄 등 종합적인 불교예술이 펼쳐지는 영산재는 깨달음의 세계, 불법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로써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불법 인연을 짓게 한다. 즉 범패와 작법무로 불보살께 공양을 올리며 모두 함께 진리를 깨달아, 괴로움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누리는 ‘이고득락(離苦得樂)’의 경지에 이르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100년 불사
영산재는 단순한 종교행사를 넘어 우리 문화와 불교문화의 우수성과 예술적 가치를 알리는 상징적인 의식이라 해서 1973년 국가무형문화재 제50호로 등록, 2009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하지만 전승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법현 스님이 소리를 배울 당시만 해도 의식집은 모두 한문으로 돼 있었고, 이를 해설하는 책도 없었다. 스님이 출가할 당시 30명이었던 도반은 지금은 다 떠나고 스님 혼자 남아 있다.
“상주권공재 과목을 한 3년에서 5년 배워요. 시왕각배재 3년, 영산재 3년, 안채비 3년, 짓소리 3년, 총 15년 동안 전문적으로 무용과 범패, 악기 다루는 법 등을 배우게 돼요. 영산재를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5년 이상 공부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거죠.
바라춤에서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염송하면서 춤을 4분 동안 추는데, 이것을 하기 위해서는 천 번 이상 연습해야 해요. 한문을 해석하고 그 의미를 아는 것은 물론, 게송 수백 가지를 다 외워야 하거든요. 그만큼 어렵고 하려는 사람도 적을뿐더러 많은 수행의 시간이 필요하죠.”
그래서일까. 스님은 불교음악연구소 사이트를 구축하고, 코리아나 예술단을 만들어서 단장으로 활동하며 불교의 영산재와 한국의 전통예술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불교의식음악 연구』, 『영산재』, 『불교무용 감상』 등 불교음악·무용 관련 저서와 논문을 꾸준히 저술하는 한편, <송암 스님 유작집>, <불교음악·불교무용> 음반 CD를 발매했다. 40년 넘게 국내는 물론 아프리카, 유럽, 미국, 동남아 등 70여 개국에서 영산재 공연도 해왔다.
2011년 이스라엘 카미엘시의 초청으로 공연한 ‘영산회상-니르바나’(연출 김영렬, 안무 김향금)는 3만 명 규모의 티켓이 1시간도 안 돼서 동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범패, 연극, 무용, 미술, 음악, 무대미술을 종합해 선보인 영산재는 서양의 오페라에 비견되며 현지 언론의 많은 찬사를 받았다. K-Pop 이전에 이미 영산재로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있던 셈이다.
3일 동안 재현되는 영산재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 소리와 춤 가운데 핵심적인 것만 뽑아서 1시간 정도로 축약해 선보인다. 각 나라에 따라 공연을 달리 구성하는데 준비 기간만 3~4년 걸리고, 무대에 올라가는 인원도 100명이 넘는다.
“영산재를 이를테면 생로병사로 비유해 봄·여름·가을·겨울 사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가는데, 공연을 보면 다들 놀라워해요. 직접 스님들이 범패를 하고 다양한 춤을 추는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무이하거든요. 유럽 성당에서 범패와 작법무를 하기도 했는데, 관객들이 다 같이 합장했었죠. 언어와 종교를 뛰어넘어서 음악으로 숭고한 느낌을 받아서겠죠.”

법현 스님은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한국음악과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스님들과 학생들을 많이 뽑아서 가르치면 이들이 후에 큰 인재로 성장할 것을 믿는다. 정년 퇴임이 2029년 8월 30일이라는 스님은 그때까지 할 일이 많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극장을 빌려서 영산재를 공연하고 녹화해 왔어요. 그 영상들에 해설 자막을 입혀서 불교음악연구소 유튜브에 올리려고 정리 중이에요. 송암 스님을 비롯한 스승님을 찍은 영상도 제가 비디오테이프로 수백 개 가지고 있어요. 30년 정도 찍은 분량인데 이것들을 체계적으로 DVD화 하는 중이에요. 조계종이나 천태종 등 다른 종단에서도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악보, 음반, 이론화(해설집) 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고요. 대중화시켜야지 포교잖아요. 100년 불사라고 본다면 이것들이 앞으로 제가 할 과제라고 생각해요.”
사진. 유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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